
잘나가는 연예인 하나가 걸리면, 온라인은 순식간에 들끓는다.
몇 초짜리 영상 한 편, 단편적인 사진 한 장만으로도 여론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사실 확인은 나중 일이다. 비난이 먼저다.
지난달 30일 장원영은 아이브 멤버들과 함께 중국 상하이 일정을 위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출국 심사 과정을 담은 짧은 영상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누리꾼들은 장원영이 공항 직원 앞에서 팔짱을 끼고 여권을 한 손으로 받아들었다며 태도를 문제 삼았다. "연예인 병 말기 같다"는 자극적인 댓글부터 과거 행적까지 끌어들인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다른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이 추가 공개되면서 오해는 풀렸다.
팔짱으로 보였던 자세는 직원이 여권을 스캔하는 사이 잠시 바꾼 것이었다.
한 손으로 여권을 받아든 것도 앞선 맥락이 잘린 탓에 오해를 불렀다. 사실상 모든 '논란'이 불완전한 영상 하나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추가 영상이 공개되자 여론은 금세 방향을 바꿨다. "이 정도로 논란이 될 일이냐", "앞 내용이 없으니 나빠 보인 것", "너무 억지가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장원영을 향해 쏟아진 도 넘은 비난은 되돌릴 수 없다.
이 같은 구도는 낯설지 않다. 배우 김수현 사태는 더욱 극단적인 사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고(故) 김새론과 교제했으며, 고인의 사망 원인이 김수현 측의 채무 변제 압박 때문이라는 내용을 유포했다.
온라인 여론은 빠르게 요동쳤다. 광고주들은 잇따라 계약을 끊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소송 규모만 약 100억 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는 달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4일 김세의 대표를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강요미수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공개된 메신저 대화는 조작됐고, 문제의 음성 파일은 AI 딥보이스 기술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오직 증거와 사실에 근거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 준 수사기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두 사례의 결은 다르지만 구조는 닮았다. 불완전하거나 조작된 정보가 유통되고, 검증 없이 여론이 형성되며, 비난이 당사자를 덮친다.
'억까'라는 신조어가 일상어가 된 지 오래지만, 그 이면에서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종종 잊힌다.
물론 유명인이라는 위치는 일정한 공적 책임과 시선을 수반한다.
그러나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 확인도 없이 집단적 비난에 노출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몇 초짜리 영상, 맥락 없는 캡처 한 장이 한 사람의 이미지와 커리어를 흔드는 시대다.
클릭과 공유에 앞서 '이게 전부인가'를 묻는 습관, 그것이 지금 온라인 문화에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브 장원영의 공항 태도 논란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허위 사실 유포로 구속 송치된 김세의 대표 사태와 맞물려 온라인 '여론재판' 문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맥락 없는 단편 영상과 조작 정보가 여론을 뒤흔들고 실질적 피해로 이어지는 반복적 구조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요구된다.
서정민 기자 sjm@bntnews.co.kr










